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091017


1.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보고서를 내가 써놓고도 무슨 내용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이미 잘 써놓은 보고서도 무슨 난독증이 생긴건지 읽어도 이해가 안된다. 한시간 일을 하면 못해도 10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옆자리 과장에게 '내가 요즘 이렇다.'라고 이야기하니 과장 본인은 2년전부터 그랬다고 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매달)겪는 자잘한 스트레스는 이젠 그저 그런 일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더 강한 스트레스로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응?) 좀 더 현실을 어렵게 만들라는(응??) 충고도 있었다. 다시 회사 동료의 인생 푸념이 이어질까 싶어서 커피를 급하게 마시고 일터로 돌아갔다. 과장이 겪는 고민이 무엇인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내가 모르듯이, 과장이 나에게 강약조절(?)을 하라는 것도 조금 어이가 없다. 그리고 다시 난독증에 접어들었다. 이틀전 늦은 시각에 사장이 나를 불러세우고 '너 나를 사이코 만들려고 그러냐. 너 진짜 줘 터져야 정신차리것냐.'라는 말을 들었다.

'예???' 라고 대답했다가 진짜 맞을뻔했다. 요새는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않다.

1.1.

 회사가 신입사원을 대거 모집중이다. 들어온 이력서들을 잠깐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이력서들 중에 나보다 조금 어리고 이제 막 학교를 벗어난 사람의 이력서를 보았다. 경력직보다 볼 만한 내용도 없고 솔직히 많이 부족해보였다. 작년 10월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 당시 이력서의 나, 그리고 몇일전에 끄적거린 이력서의 나는 어떻게 다른가... 열정이 부족했던건 아닐까?

1.2.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전화가 바로 입사지원에 관한 전화이다. 친절하게 알려주고 끊기를 거의 2주는 한 듯 싶다. 회사로 무작정 찾아오겠다는 사람, 이 업무분야에 대해서 자신의 경력을 늘어놓는 사람,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 그중에 단연 최고는 '사장 바꿔봐' 였다. 내가 누구냐고 계속 캐물으니 입사지원자란다. 나이가 많으니 까겠다던 그 분. 가장 황당한 전화였다.

2.

 기다리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전화를 했다. 끊고나서 한참을 서있었던거 같다. 생전 처음 느끼는 기분이라.... 오줌이 마려웠다가 발꼬락에 힘이 들어갔다가... 눈물이 날려고 했다가... 아...

2.1.

이 사건도 나의 기대와 순진함에서 온게 아닐까? 이런 마음과 근심은 오로지 나만 탓해야 한다. 누구도 나를 해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착하게 가지지 못해서 이상한 마음을 품고 근심했다. 바보같다. 오늘 털어버렸다.

2.2.

 그 혈기 넘치던 이력서와 이번일로.... 집에 돌아오면서 많은걸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으면서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으려고 했던것에 대해 스스로 질책했다. 한결 맘이 편해졌다. 다시 공부를 하고 천천히 준비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오로지 그 뿐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집에 돌아와서 연구를 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참 바보같다.

3.

 카드 영수증을 정리하려고 꺼냇다가 도로 집어넣었다. 왜이리 많아... ㅎㄷㄷㄷㄷ;;; 언제 날잡고 쏘주를 마시면서 공책을 펴놓고 천천히 정리해봐야겠다...

3.1.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지갑속의 영수증들을 다 헬 듯합니다.

지갑속에 하나 둘 들어오는 영수증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영수증 하나에 추억과

영수증 하나에 사랑과

영수증 하나에 쓸쓸함과

영수증 하나에 동경(憧憬)과

영수증 하나에 시(詩)와

영수증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댓글 4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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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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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nonymous - 2009/10/26 11:26
    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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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onymous - 2009/10/26 11:27
    사실... 카테고리별로 나누는 건



    때마다 달라서요... 별 필요가 없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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